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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중복상장 기준, ‘케바케’ 심사…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 만든다[중복상장,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1월 24일
1분 분량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중복상장에 대해 뚜렷한 원칙을 두지 않은 채, 시장 분위기와 정책 흐름, 기업 입장, 주주 여론 등을 종합해 이른바 ‘케이스 바이 케이스’ 방식으로 심사를 해왔다. 이렇다 할 기준이 없다 보니, 기업들이 규정의 빈틈을 파고들어 중복상장을 시도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중복상장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축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건 ‘오천피(코스피 5000)’ 목표에 맞춰 제도적 정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이드라인 초안이 마련되면 업계 의견 수렴과 금융당국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 1분기 중 세칙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상법 등 관련 제도와의 연계,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매출과 이익 구조, 사업 연관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형식적 기준에 머물러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자회사와 모회사 간 사업 중복도와 지배 관계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은 실질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형식적·절차적 규정만으로는 기업들이 허점을 찾아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실질적으로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추진 시 모회사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7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 이후 한화에너지와 SK엔무브 등 일부 기업은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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